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해양 폐기물이 의류로 다시 태어나다
매년 전 세계 바다에는 약 64만 톤 이상의 버려진 어망이 떠다닌다. 이 어망들은 ‘유령어망(Ghost Net)’이라고 불리며 해양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폐어망을 단순히 수거하는 수준을 넘어, 나일론을 추출하여 친환경 의류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은 원유에서 생산되는 일반 나일론보다 탄소 배출량이 80% 이상 적고, 석유 자원 사용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이 글에서는 ‘버려진 어망 나일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섬유로 재탄생하는지, 그리고 이 소재를 활용한 실제 친환경 의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의 재활용 원리
버려진 어망은 대부분 폴리아미드 6(Nylon-6) 이라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이 나일론은 열과 화학반응에 강해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화학적 재생(Depolymerization) 과정을 통해 다시 나일론 원료로 되돌릴 수 있다. 이 과정의 핵심은 ‘고분자 사슬을 단량체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먼저 바다에서 수거된 어망은 염분과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세척–분쇄–가열 분해 단계를 거친다. 그다음 화학 용해 공정에서 카프로락탐(Caprolactam) 이라는 순수한 나일론 단량체를 추출한다. 이 단량체를 다시 중합(Polymerization)하면 기존의 화학적 특성을 그대로 가진 ‘재생 나일론(Nylon Recycled)’이 완성된다.
재활용 과정에서 새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0~80% 감소하며, 한 벌의 재생 나일론 의류를 제작할 때 약 5~6개의 폐어망이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이처럼 폐기물 → 원료 → 패션소재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는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섬유 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친환경 의류 브랜드의 실제 사례와 기술 응용
버려진 어망 나일론을 의류로 제작하는 대표 브랜드로는 이탈리아의 ECONYL®, 영국의 Finisterre, 그리고 미국의 Patagonia가 있다. 특히 ECONYL®은 2011년부터 해양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폐어망·카펫·직물 등을 화학적으로 재생하여 100% 나일론 품질의 실을 생산하고 있다. 이 소재는 프라다(Prada),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친환경 라인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블루라벨, 어스플래닛(Earth Planet) 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폐어망 수거 및 재가공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산·여수 등 주요 어항에서 수거된 폐어망을 국내 화학기업과 협업해 재생 나일론으로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영복, 아웃도어 재킷, 가방 등을 제작한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어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순환경제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 브랜드 ESG 이미지 강화, 그리고 소비자의 친환경 선택을 유도하는 사회적 효과까지 동시에 얻고 있다.
버려진 어망 나일론 의류의 한계와 미래 가능성
물론 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수거와 분류 비용이다.해양에서 어망을 수거하는 과정은 고비용·고위험 작업이 많고, 염분과 미생물로 오염된 어망을 세척·건조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어망 외에도 PVC나 PP 등의 다른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순수한 나일론만 선별해내는 과정이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섬유 시장은 2027년까지 재생 나일론 수요가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양 오염 문제 해결과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는 앞으로도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다. 기술 측면에서는 저온 용해·저탄소 공정, 그리고 생분해성 나일론 개발 같은 차세대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버려진 어망이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다.
결국 버려진 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으로 제작된 친환경 의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순환 패션(Circular Fashion)’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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